단편소설 《3년, 30년》(7)
2024년 창작용서하시라
화학숙제도 제대로 안해오고…
시랑송은 계속되였다.
어느새 시는 마감부분에 이르렀다. 허공에 내뻗쳤던 손을 가슴우에 얹으며 나는 《그리고 용서하시라》하고 여운있게 끝을 맺었다.
사실 이 마지막대목은 과목
박수는 없었다. 아무리 감동적이래도 여기는 우화를 읽어야 하는 자리인것이다. 강의시간도 거의 끝나가고있었다.
《시랑송은 괜찮게 했어요. 그리고 심정도 리해됩니다. 하지만 준민동무.》
《이미 강조했지만 학령아동들의 정서와 심리에 맞게 말하고 읽는것은 동무들이 갖추어야 할 필수적자질의 하나라는걸 명심하세요. 비록 별치않아보여도 이 과목을 소홀히 하면 우화에 나오는 얼룩곰처럼 한해식량이 아니라
제자리로 돌아올 때 나는 의혹과 놀라움으로 굳어진 설미의 동그란 눈을 보았다. 언젠가 교사건설장에서 창문구멍을 사이두고 마주본적 있는 낯익은 눈빛이였다.
아니나다를가 며칠후 초급일군모임에서 설미는 나를 과녁으로 《정의의 포문》을 열었다. 제대군인답지 않다, 강의에 혼란을 주고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나는 묵묵히 듣기만 했다. 내게서 무슨 말이 나오든 구차한 변명으로밖에 안될것이며 또 설미의 비판이 지나치기는 해도 틀린 말은 아닌것이다.
분하다거나 억울하다기보다는 우선 어이가 없었다. 중학교때 흔치 않은 다과목인재로 불리웠던, 헐치 않은 군사복무시절에도 언제한번 뒤자리에 서본적 없는 내가 이런 처지에 이르다니?!
《거 시랑송솜씨가 대단하던데… 날 제자로 받아주지 않겠어?》
분명 진심에서 우러나온 한철명의 이 말도 내게는 어떤 조롱처럼 느껴졌다.
《흥! 같고같은 처지에 누가 누굴 배워준다는건가? 차라리 학선이를 스승으로 모시는게 낫지.》
《하긴 그래.…》
입을 쩝쩝 다시고난 철명은 교재를 들여다보며 또 얼룩곰타령을 시작하였다. 나도 책을 펼쳤으나 글줄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마침내는 탁 덮어버리고말았다.
(설미… 어디 두고보자. 그라고 만능은 아닐테지. 언젠가는 그도
3
《젠장, 로력지원이면 지원이지 견학이란건 또 뭐야?》
부글부글 끓는 현장에서 돌아올 때면 한철명은 늘 이렇게 투덜거렸다.
눈요기만 하고 오자니 몸이 막 근질거리는 모양이였다. 건설자들은 어서 돌아가 학업에 전념하라고
아닌게아니라 나날이 달라지는 새 교사의 정경을 보면서
《참, 건설<박사>에게 하나 묻자구. 아까 그 방은 대체 용도가 뭔가? 면적으로 보면 교실비슷한데 바닥 한가운데를 왜 파놓았을가?》
한철명은 인차 대답을 못하고 공연히 주먹코만 찡긋거렸다.
《글쎄… 무슨 특수한 장치를 들여놓으려고 그러겠지.》
나는 웃고말았다. 아무리 곰곰히 따져봐도
《내 보기엔 그게 가상교실이 분명합니다. 률동영화관에서처럼 의자가 막 움직이는… 히야- 참 재미있겠는데.》
아직 어린애같은 학선의 말에 나는 흠칠 놀랐다. 그에게는 재미있을지 몰라도 내게는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처럼 느껴졌던것이다.
시대는 잠시도 쉬임없이 발전한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어머니가 무슨 가보처럼 여적 간수해오는 나의 중학시절 최우등성적증도 이제는 아득한 과거의 유물처럼 겉보다 속이 더 바랬다.
《참,
뒤따라오던 학선이 굉장한 비밀이라도 알아낸듯 쉬쉬하며 말했다.
《거 대단한데-》
한철명은 주먹코를 연신 찡긋거리며 감탄했고 나는 애써 놀라움을 감추며 반문했다.
《그게 정말이야?》
《예, 군대때 찍은거랍니다.
나와 한철명은 더 말을 못하고 고개만 끄덕거렸다. 가슴 한구석에 뭉클 고여오르는 부러움을 어쩔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