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작품들을 감상해보십시오 - 서고
단편소설 《3년, 30년》 (1)
2024년 창작

  1

  우리 셋은 건설중에 있는 강의실에 앉아있었다. 하기는 아직 강의실이라고 찍어말하기도 어렵지만… 물론 우리가 깔고앉은것도 반들거리는 의자가 아니라 블로크들이다.
  약 반시간전에 생면부지의 우리 셋-두 제대군인과 한명의 중학교 졸업생은 앞으로 3년간 한교실에서 함께 공부하게 될 인연을 맺었다.
  왜냐면 학급에 처녀가 22명이라면 남자라고는 고작 우리 셋뿐이였던것이다.
  입학등록이 끝나고 학급명단이 발표된 후 우리 셋은 야릇한 기분에 휩싸여 정문을 나섰다. 주먹코 한철명이 새로 건설되는 대학교사를 구경하자며 우리를 여기로 이끌었는데 어찌 보면 경력소개를 위한 장소라 할지.…
  내가 먼저 물었다.
  《어떻게 교원대학엘 왔소?》
  다른 대학에서라면 맹랑하기 그지없을 물음이였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필요했다.
  누가 이르기를 교육성의 서류들에는 《사범대학으로부터 교원대학에 이르기까지》라는 문구가 곧잘 오른다고 한다. 그래서 입버릇이 고약한 어떤 사람들은 교원대학앞에 《까지》라는 말을 붙여 부른다던지.…
  그까짓 순위나 환경은 제껴놓고라도 교원대학에는 처녀들이 태반이고 또 그들에게 더 잘 어울리는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온 남학생들은 다들 나처럼 제나름의 사연이 있을것같았다.
  《난 그렇다쳐도 제대군인동지들이야 왜…》
  아까부터 안경을 번뜩거리며 어딘가 불안스러운 눈길로 주변을 힐끔힐끔 둘러보던 막냉이가 기다렸다는듯 되물었다.
  《이름이 학선이라고 했던가? 그래 학선인 여길 스스로 지망했나?》
  습관되지 못한 분위기에 두볼이 능금처럼 발깃해진 학선은 안경을 밀어올리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아닙니다. 사실 난 중앙대학을 지망했다가 추천을 못받았어요. 다른 과목은 괜찮은데 체육성적이 형편없이 낮았거던요. 그래서 여길… 어쨌든 대학이 아닙니까.》
  예상외로 간단한 리유였다.
  나는 처녀같이 말쑥한 학선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안경때문인지 더없이 순진하고 선량해보이는 학선의 눈빛에서는 이따금 영민한 두뇌가 발산하는 지혜의 섬광같은것도 번뜩이군 하였다. 목청은 또 얼마나 랑랑한가. 비록 철봉현수는 몇개 못한다 해도 학선은 이모저모로 교단에 어울릴듯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