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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은반우에 울린 노래》(2)
2021년 창작

  지흥이는 정남이에게서 한발자국도 떨어질줄을 몰랐다. 쌍까풀진 큰 눈은 정남이의 스케트에만 가서 머물렀다. 점심시간은 물론이고 정남이가 잠간 다리쉼을 하려는 기미만 보이면 잽싸게 스케트부터 벗겨냈다. 솔직히 말해서 지흥이는 남의 스케트가 그렇게도 부럽고 갖고싶어지는것을 어찌할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그날도 저녁늦게야 할머니네 집으로 들어서던 지흥이는 그만에야 깜짝 놀랐다. 그렇게도 부러워하고 갖고싶어하던 스케트가 아래방구들목에 척 놓여있는것이 아닌가. 그것도 무려 두개씩이나!… 그옆에는 새 운동복과 다람쥐줄무늬를 한 노란색뜨개모자까지 곁들여 놓여있었다.
  《야! 할머니, 이거 어디서 났어요?》
  부엌에서 밥상을 차리던 할머니가 즐거운 웃음을 지었다.
  《원, 좋아도 한다. 꼭 아이때 제 아버지라니까. 네가 자면서까지 스케트, 스케트 하길래 네 아버지한테 전화를 했더니 그렇게 보내왔구나. 거 뭐라드라, 속도빙상스케트와 빙상휘거스케트라던지.…》
  《야! 우리 아버지가 제일이야.》
  지흥이는 할머니의 목을 그러안고 빙그르 돌았다.
  《아이쿠, 이 녀석아, 할머니 숨넘어가겠다. 소학교 학생이라는게 아직도 유치원철부지라니까.》
  할머니는 정말로 숨넘어가는 시늉을 하며 웃었다.
  멋지고 쌩한 새 스케트가 생긴 다음부터 지흥이는 더더욱 성수가 나서 스케트타는 련습에 시간가는줄 몰랐다. 옆에서 훈련하는 전문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곁눈질하며 그대로 해보다가 넘어져 엉치가 아프고 무릎이 얼얼해나도 재미나기만 했다. 진짜 휘거선수처럼 한발을 들고 빙 몸을 돌릴 때면 마치 국제경기에 직접 참가하여 멋진 기교동작을 수행하는듯 해서 가슴이 한껏 설레이기도 했다.
  즐거운 겨울방학은 빨리도 지나갔다.
  지흥이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할머니집을 떠나왔다.
  한달나마 되는 방학기간을 얼음판우에서 보내다가 돌아온 지흥이를 보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깜짝 놀랐다.
  지흥이보다 세살이나 우인 누나는 키까지 대보며 《아버지, 어머니, 이것 봐요. 나보다 더 큰것 같애요.》하며 눈까지 둥그래졌다.
  아버지도 지흥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음, 정말 컸구나. 하긴 이 아버지도 너만 할 때 스케트를 많이 타서 이렇게 키가 큰지도 모른다. 아닌게아니라 그때부터 쭈욱 그 방향으로 발전했더라면 지금쯤은 금메달을 탔을는지도 모르지.》하며 우스개소리까지 하였다.
  그리고 어머니는 쩍하면 통제하려들던 지난날과는 딴판으로 상냥한 웃음까지 띠우며 《스케트를 타는게 그렇게 재미있었단 말이지? 그럼 방학때마다 계속 할머니의 집에 가서 실컷 타다가 오려무나.》 하였다.
  지흥이는 한껏 마음이 흥그러워졌다.
  지흥이는 새 학년도공부가 시작되였어도 스케트바람이 가라앉지 않았다. 짬만 있으면 스케트생각뿐이였다. 때없이 뽀얗게 넓은 장진호반의 얼음판이 떠오르고 걸을 때마다 스케트를 타고 걷는듯 다리에 힘이 뻗쳐올랐다. 잠잘 때는 발이 간질거려 몸을 뒤척거리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