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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산중호수의 배길》 (6)
주체109(2020)년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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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평혁명사적지는 창성군에서 40여리 떨어진 숫돌골어구에 자리잡고있다.
  이곳을 숫돌골이라고 하는것은 옛날 이 고장에서 살던 한 어머니가 아들을 장수로 키우기 위해 칼을 마련해주었는데 그 칼을 가지고 골짜기에 들어가 수목을 베여눕히며 칼쓰는 훈련을 하던 아들이 하루는 무딘 칼을 이름없는 돌에다 갈자 대번에 숫돌처럼 선들선들 날을 세워주었다는데로부터 유래되였다.
  숫돌골과 그 주변에는 그런 돌들과 함께 분비, 가문비나무, 전나무, 밤나무, 참나무, 느릅나무 등 각종 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져있다.
  특히 느릅나무가 많은것이 특징이다. 사실 예로부터 느릅나무가 많은 고장이라 하여 느릅나무 유, 들 평자를 써서 이 고장을 《유평》이라고 불러왔다고 한다. 정말 산은 더 말할것도 없고 들판의 곳곳에서도 느릅나무를 볼수 있다.
  그 느릅나무의 뿌리를 말리워 봏아서 강냉이가루를 섞어 누른 국수, 일명 《느릅재기국수》라고 하는 이 국수는 이 고장의 특산식품의 하나로 널리 알려져있다.
  이런 고장에 또 하루 아침이 밝자 유평혁명사적지주변에 수려하게 솟아있는 높고 푸른 산발들에서 맑고 시원한 공기가 숫돌골을 가득 메우며 넘칠듯이 흘렀다.
  여기저기서 경쟁적으로 우짖는 뭇새들의 청고운 울음소리로 하여 한적한 골짜기의 적막은 어느새 깨지고 주위의 모든것이 활기를 띠고 약동한다.
  잣나무우듬지에서 까치 한쌍이 마치 오늘의 기쁜 소식을 예고하듯 깍깍거리며 날아예는 이 시각 사적지건물에서 초간히 떨어져있는 작은 단층집대문이 열리더니 체소한 몸집을 가진 한 녀인이 사뿐 나섰다.
  쉰고개에 올라섰을가? 약간 살갗이 탄 둥그스름한 얼굴엔 잔주름이 건너가고 투박한 손가락들엔 마디가 굵게 진, 산골 어디서나 흔히 볼수 있는 푸수하면서도 소박하게 생긴 녀인이였다. 이곳 사적지강사 강혜정이였다.
  혜정은 심신이 거뜬하고 기분이 상쾌해지는것을 느끼며 잠시 선채로 이제는 자기 몸의 한 부분처럼 되여버린 사적건물을 정다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사적건물은 본채와 앞뜰을 둔 사랑채로 되여있는데 본채는 검정기와를 얹고 사랑채는 이영을 씌웠으며 그 두채를 량쪽담장으로 이어놓았다.
  혜정은 사랑채 한가운데 달린 대문을 열고 뜰에 들어섰다.
  싸리비자루를 찾아들고 뜰을 정히 쓸었다.
  이어 본채안으로 들어가 잽싸게 손을 놀리며 관리사업에 몰두했다.
  사적비가 세워진 교양마당에서는 어느새 뒤따라나온 남편과 딸이 비자루질도 하고 꽃밭에 물도 주면서 분주히 돌아가고있었다.
  혜정이네 일가의 어길수 없는 아침일과였다.
  얼마후 사적건물안을 정갈하게 손질한 뒤에야 혜정은 자기 집의 좁은 부엌으로 들어가 아궁에 불을 지피고 밥을 하기 시작하였다.
  남편은 또 사적건물 뒤뜰로 가서 돌담을 고쳐쌓고있었다. 밤새껏 사적지근무를 서고 날이 밝을무렵에야 잠간 눈을 붙인 그였다.
  혜정은 동자질을 거들어주려고 부엌에 들어서는 딸에게 일렀다.
  《들어오지 말고 아버지일이나 돕거라.》
  《알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