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3년, 30년》(5)
2024년 창작나는 인차 웃음을 거두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제는 온 학급이 하하호호 내놓고 어깨를 들썩거린다. 평소에 얌전을 빼던 처녀들이 자기를 잊고 웃을 때는 형편없이 미워지기도 한다는것을 나는 그때 처음 깨닫는것같았다.
왜서인지 나는 모욕감을 느꼈다.
물론 저것은 비웃음이 아니다. 하지만 배움에 대한 한 사나이의 불같은 갈망이 이런 시시한 과목때문에 애숭이처녀들의 웃음거리가 된다는것은 얼마나 분한 일인가.
《후- 작은것쯤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한해식량을 다 잃어버렸군.》
마침내 한철명은 랑독을 끝냈다. 땅이 꺼질듯한 한숨소리만은 과연 얼룩곰과 신통했다.
고된 신역을 치른듯 맥빠진 표정으로
설미였다. 이어 요란한 박수갈채가 강의실을 울렸다. 격려의 표시인지 아니면 한바탕 잘 웃고난데 대한 감사의 뜻인지.…
《김준민동무!》
나는 맨 마지막으로 지명을 받고서야 일어섰다.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한철명의 전철을 밟고싶은 생각은 꼬물도 없었다.
교탁에 나서니 수십쌍의 초롱초롱한 눈동자들이 안겨왔다. 이번에는 또 어떤… 하고 다음종목이 펼쳐질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의 눈빛이 바로 저러하리라.
나는 헛기침을 한번 깇고나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마주보이는 벽면의 조금 높은쪽을 지그시 바라보며 한껏 심호흡하였다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용서하시라 어머니시여…》
관중은 아연해졌다.
사실 나의 시랑송수준은 상당한것이였다.
중대예술소조공연에서도 설화시나 대화시종목에 나를 빼놓은적은 한번도 없었다. 특히 이 시는 내가 애송하는 시들중의 하나였다.
《무명천으로 통바지 해주었다고 투정질하며…》
귀밑머리에 흰오리가 다분다분 섞인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입학시험차로 집에 왔을 때 나는 어머니에게 죄라도 지은 심정이였다. 예나 지금이나 아들에 대한 기대가 산같은 어머니앞에 교원대학추천서를 내놓게 된것이다.
《어떻게 교원대학을 다 받았니?》
어머니는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
《담화할 때 중학교때 성적이랑 7.15최우등상을 받은 사실이랑 두루 확인하고나서 하는 말이 내가 무슨 교원적격자라더군요.》
《싫으면 싫다고 할게지 왜 물러섰니?》
《어머니두 참, 나야 병사가 아닙니까. 이것도 조국이 주는 명령으로 여겨야 한다고 지휘관동지들이 몇번이나 곱씹는데…》
《결국은 내키지 않은걸 추천받아왔다는 말이구나.》
《같은 값이면 큰 대학에 다니는게 더 좋겠지요. 석삼년동안 대학공부를 하고 소학교교원이나 하겠습니까?》
순간 나는 쏟아놓은 말을 후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