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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3년, 30년》(3)
2024년 창작
 
  《아는 처녀야?》
  내가 묻자 학선은 제편에서 놀라와했다.
  《아까 모였을 때 못봤습니까? 우리하고 같은 학급에서 공부하게 된 제대군인처녑니다. 듣자니 우리 초급단체비서(당시)가 될것같다고도 하던데요 뭐.》
  나와 철명은 갑자기 웃음집이 흔들거렸다.
  《만나보지 않고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저 누인 우리 인민반에서 산단 말입니다.》
  철명은 주먹코를 찡긋했다.
  《그거 더 좋구만. 이젠 동네에서도 누이라고 부르면 안되겠어. 초급단체비서동지라고 해야지.》
  한바탕 웃고난 후에 우리는 인츰 자리에서 일어섰다. 못할짓을 하다가 들킨것처럼 어쩐지 심기가 불편해졌던것이다.
  한껏 무르녹는 수도의 봄경치를 류다른 마음으로 감수하며 우리는 오래도록 함께 걸었다. 이것저것 지나온 이야기도 하고 앞으로의 3년간을 서로 도우며 가능한껏 유쾌하게 꾸려가자는 두서없는 약속도 하였다.
  《그런데 대학이 왜 여기로 옮겨올가. 원래 자리에 그냥 있었으면 난 집이 가까와서 좋았을텐데…》
  학선의 푸념에 한철명은 혀를 끌끌 찼다.
  《이 친구 아직 철부지로군. 여긴 만경대와 가까운 곳이란 말이야. 혁명학원이랑 나라의 최고군사대학이랑 다 이쪽에 있는줄 몰라?》
  하긴 나도 그렇게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학선은 눈이 덩둘해서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
  누구보다 활기를 띤것은 한철명이였다.
  《그나새나 이 공병출신 한철명이 한몫 하게 됐어. 다른건 몰라도 건설에서야 내가 박사지.》
  《하긴 온통 치마뿐인 이 대학에서야 그런 일손이 오죽 귀하겠나. 자네의 그 재간이면 대학에서 둥둥 떠받들리울거야.》
  입학당시의 우리들은 바로 이러하였다.
  내놓고 말한적은 없었지만 우리 셋의 생각은 분명 엇비슷하였다.
  《교원대학에서 공부하는거야 뭐가 그리 어렵겠는가?》
  그러나 우리의 이 짧은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실로 대학의 일부 학과목들은 실력이 든든하다고 자부하던 나까지도 곤경을 겪게 하였다. 한철명은 더 말할나위도 없었다.
  우리는 인차 깨달았다, 역시 대학공부는 쉽지 않다는것을.
  사실 한 처녀가 아니였다면 덜 힘겨웠을지도 모른다. 그가 바로 첫 대면에는 얼굴조차 잘 기억되지 않던 평범한 처녀-설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