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사랑의 탑》 (9)
2021년 창작어느덧 그들의 차례가 되였습니다.
충일이는 게사니처럼 목을 잔뜩 뽑아들고 태연스레 걸음을 옮겼습니다.
무사히 운전공아저씨를 지나쳤다고 생각했는데 뒤따르던 림명이가 그만에야 계단을 잘못 짚었는지 앞으로 푹 꼬꾸라졌습니다.
《아이쿠!》
그 바람에 앞섰던 충일이도 덩달아 넘어졌습니다.
난데없이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터져나오는 바람에 운전공아저씨가 무슨 일인가 하여 충일이네쪽으로 쏜살같이 달려왔습니다.
운전공아저씨는 서둘러 충일이와 림명이를 버쩍 일으켜세웠습니다. 충일이를 알아보고는 짐짓 엄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아니, 이애들이? 음, 이제 보니 키를 속이고 몰래 들어가려다가 이 꼴이 되였구나.》
충일이와 림명이는 그만 얼굴이 익은 고추빛이 되여 어쩔바를 몰라 쩔쩔맸습니다.
《아, 아니예요. 사실은… 그만 계단에 걸려 넘어졌어요.》
충일이가 애꿎은 계단을 얄밉게 바라보았습니다.
운전공아저씨는 어이가 없는듯 웃음을 짓고나서 충일이와 림명이의 바지를 똑바로 입혀주었습니다.
《그래 몇학년이냐?》
《1학년, 아… 아니, 3학년이예요.》
《뭐라구? 허허… 너희들 거짓말 하는게 아니냐?》
얼결에 거짓말을 했던 림명이는 그만에야 목을 움츠렸습니다. 그리고는 운전공아저씨의 눈치를 슬슬 살피면서 어서 지원포를 쏘라는듯 충일이를 쿡쿡 찔러댔습니다.
충일이는 간절한 눈빛을 짓고 관리공아저씨에게 졸라대듯 말했습니다.
《아저씨, 우린 자강도 산골에서 왔어요. 동무들에게 급강하탑에서 찍은 사진을 꼭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제발 사정 좀 봐주세요.》
운전공아저씨는 간절히 부탁하는 충일이의 말에 딱한 표정을 짓더니 인츰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너희들의 사정을 꼭 들어주고싶지만 이 급강하탑은 다른 유희기구들과 달라서 아이들에게는 위험하단다. 그래서 너무 작은 애들은 태울수가 없구나.》
그러면서 운전공아저씨가 림명이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습니다.
《글쎄 이애는 일없겠지만 넌 다른 애들보다 키가 작고 몸도 약한데 사고라도 나면 어쩌겠니? 래년에, 응? 좀더 큰 다음에 다시 오렴. 그때 실컷 태워주마.》
그래도 충일이는 꼭 타고만싶었습니다. 순순히 물러설수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