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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백날사진》(3)
주체113(2024)년 출판

  얼마전에 편지가 왔는데 교대하는 공장청년동맹원들을 데리고 창성에 다녀올 일이 생겼다며 충성이의 백날과 맞추면 더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도 적혀있었다. 선옥은 아들을 보고싶어하는 남편의 마음이 어려와 속이 알알해오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어머니는 편지에 적혀있는 사위의 막연한 기대를 《백날에 무조건 도착하겠음.》이라는 통보라도 되는듯이 기정사실화하고있는것이다. 선옥은 어머니가 사위를 턱에 걸고 말하지만 실은 손자백날을 크게 쇠주고싶어서 저렇게 왼심을 쓴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네 백날사진을 못남긴걸 생각하문…》
  지금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어머니가 하는 소리였다.
  선옥은 방에 들어가 아이를 다시 재우고 부엌으로 나오며 어머니에게 슬며시 물었다.
  《어머니, 내가 백날사진을 못찍은게 그렇게 마음에 걸려요?》
  떡쌀을 시루에 안치던 차영숙이 고개를 들고 선옥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그 눈빛은 떡김에 서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왜서인지 선옥의 마음에 그윽히 스며드는듯싶었다.
  《난 오히려 내 백날이 자랑스러워요. 비록 사진은 못찍었지만 아버지가 얼마나 더 훌륭한것을 남겼나요.》
 《나도 네 아버지를 탓하지 않는다. 네 아버지야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집안일보다 나라일을 더 앞에 놓던 사람이였지. 그렇지만 네 백날사진을 못남긴것만은 마음에 걸리누나. 그거야 인생의 첫 사진이 아니냐. 네 아버지도 표현은 안했지만 속으론 수태 미안했을거다. 그래서 충성이만은 백날을 잘 쇠주고싶구나. 그러면 저세상에 있는 네 아버지도 무척 기뻐할게다.》
  선옥은 어머니의 웅심깊은 마음에 가슴이 뭉클하여 입을 다물고말았다.
  그들이 떡을 한판 더 쳐냈을 때 대문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옥이 절구공이를 내려놓고 기다린듯 마당으로 달려나갔다.
  《있나?》
  백날의 첫 손님은 얼굴복판에 딸기를 붙여놓은것처럼 코가 유난히 빨간 앞집 정수령감이였다. 그는 창성도토리술에 코가 익었다고 제입으로 말하며 다니는 사람이였다.
  술 한잔 걸치고나면 그의 입에서는 의례 《창성이 변했소》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그 뒤끝엔 《말 말어. 감홍로고 덕천술이고 다 비키래. 우리 창성식료공장의 도토리술이 최고야, 최고!》하는 말이 뒤따랐다. 대사는 물론 생일이나 제사까지도 빠짐없이 찾아가 출석을 긋기때문에 그에게는 례를 갖추어 부러 초청할 필요가 없다.
  오늘도 충성이의 백날이라는걸 알고 찾아온 모양인데 손님이 많이 찾아들길 바라던 선옥이네 집이였지만 암만해도 너무 이른감이 들어 속으로 웃지 않을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