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3년, 30년》(14)
2024년 창작《이날
그래서 다른 동무들의 뒤쪽에서 주춤거리고있는데 뜻밖에도
그러고나서 물으시였지. 음악공부는 언제 했고 악기랑은 누구에게서 배웠는가, 다른 과목성적은 어떠했는가.…
설미가 어떤 대답을 드렸겠는지는 자네도 대강 짐작할수 있을거네.
소학교때부터 음악에만 몰두하면서 다른 과목들을 멀리했고 그러다나니 중학교때에도 수학과 친하지 못했다고, 결국은 오늘처럼 사격제원도 제때에 얻어낼수 없었다고 설미는 솔직한 심정을 다 말씀드렸지.
<그러니 소학교때부터라.…>
여기서 말을 멈춘 한철명은 어지간히 흥분된 모양 넥타이의 매듭을 끄르고나서 후- 긴숨을 내불었다.
나는 속이 달아올라 이야기를 재촉하였다.
《그래서 무슨 대답을 드렸다던가?》
별안간 한철명의 두눈은 이상하게 번쩍거렸다.
《글쎄 아무 대답도 드리지 못했다질 않나.》
가슴속에서 무엇인가 와르르 허물어져내리는것같았다. 동시에 하많은 의문이 갑자기 쌓여올라 목구멍을 콱 메웠다.
《그건… 그건 왜?》
철명은 오늘따라 별로 커보이는 머리를 무겁게 가로저었다.
정말 모르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쇠를 하는건지 표정 또한 애매하였다.
《동무가 직접 물어보라구. 내겐 더 이상 얘기할념을 안하더구만.》
이름못할 충격에 휩싸여버린 나는 철명을 바래우고나서도 한참이나 생각에 잠겨있다가 옆방으로 건너갔다. 설미가 어머니를 알고있었다면 어머니도 설미에 대해 알고있을것이였다.
방은 비여있었다. 앞차대우에는 두툼한 책이 펼쳐진대로 있고 그우에 어머니의 돋보기가 놓여있었다.
무심코 들여다보니 소설책이 아니라 무슨 체육리론도서였다. 언제부터인가 어머니는 음악과는 거리가 먼 여러 분야의 도서들을 한아름씩 빌려오거나 구해들였으며 또 짬짬이 읽기도 하신다.
요즈음에 와서야 그 사실을 눈치챈 나였다.
오늘도 탁자 한구석에는 최근에 구입한것이 분명한 여러권의 도서들이 무드기 쌓여있었다. 안락의자에 몸을 실은 나는 호기심에 끌려 그 책들의 제목과 내용을 얼핏얼핏 훑어나갔다. 수학참고서며 의학도서, 문예잡지 지어 외국어원서까지 있었다.
책무지가 고스란히 다른쪽에 옮겨쌓이자 이번에는 풀색가위를 씌운 학습장이 하나 나졌다. 후르르 펼쳐보는데 그 서슬에 짬에 끼워 놓은 종이장들이 탁우에 떨어졌다. 얼결에 그것을 집어들던 나는 가슴이 후둑 뛰였다.
아니나다를가 편지였다.
《
벌써 여러해전에 설미가 보낸 편지였다.
무슨 연고로 그는 문안인사조차 잊었던 소학시절의
또박또박 씌여진 글줄들을 나는 삼킬듯이 읽어내려갔다.
《다른 동무들은 자랑과 위훈의 소식을 모교에 보낸다지만 저는
편지우로 한철명이 들려준 이야기가 흘러갔다. 때늦게 울린 포성, 솟구치는 물기둥, 안타까움에 발을 구르는 녀병사들…
설미는 앞으로의 희망을 묻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