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 《호랑이와 말도적》
휘영청 달밝은 어느날이였습니다.
마을의 녀인들이 옥이네 집뜰에 모여 베를 짜며 재미나는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있었습니다.
이때 말도적 한놈이 옥이네 집에 말을 훔치려 기여들었습니다.

때를 같이하여 마을 뒤산에 있던 황소만한 범도 먹이를 찾아 이 집으로 내려왔습니다.
말도적과 호랑이는 빨리 녀인들이 흩어지기를 기다렸으나 밤을 새려는듯 일손들을 멈출줄 몰랐습니다.
이렇게 되자 말도적은 등이 달았고 호랑이는 말을 잡아먹을 생각에 군침을 삼키면서 안절부절못했습니다.

《아유, 소낙비가 올것 같애요. 어서 돌아들 갑시다.》 하며 녀인들이 황황히 헤여져가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을 본 호랑이는 《아니, 거 이상한데? 내가 와도 꿈쩍을 안하더니 소낙비가 온다니 다 도망치누나. 필경 소낙비란 놈이 나보다 더 무서운 놈이 틀림없어.》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마구간에 들어가 숨었습니다.
호랑이는 구수한 말냄새가 구미를 돋구었으나 소낙비가 무서워 감히 잡아먹지 못하고 말처럼 쭈그리고 엎디여있었습니다.
이때 마구간으로 말도적놈이 살금살금 기여들어와 손더듬으로 살진 말을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놈이 큼직한게 괜찮아.》
말도적놈이 고르느라고 고른것이 그만 호랑이였습니다. 아마 호랑이를 살진 말로 알았던가 봅니다.
그는 제꺽 호랑이등에 올라탔습니다. 그리고는 냅다 몰아댔습니다.
깜짝 놀란 호랑이는 《에크, 이거 야단났구나. 소낙비란 놈이 벌써 내등에 올라탔으니 이제는 영낙없이 죽었구나!》 하며 마구간문을 걷어차고 냅다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도적놈은 도적놈대로 《야, 그놈의 말 잘은 뛴다. 오늘밤 운수가 좋은데!…》 하며 호랑이의 배를 힘껏 걷어찼습니다.
뜻밖의 봉변에 호랑이는 질겁하여 한길 더 높이 뛰였습니다.
《아이쿠! 소낙비란 놈이 무섭긴 정말 무섭구나. 이 산중에서 몇십년을 살면서도 이런 일은 정말 처음이야.》
호랑이는 어떻게 하나 《소낙비》를 떨어뜨려보려고 더 빨리 뛰였습니다.
한편 말도적은 호랑이의 목덜미를 더 힘껏 틀어쥐고 《야, 몇년을 말도적으로 살아도 이런 룡마는 처음인걸. 이제야 팔자를 고치나보다.》 하며 호랑이의 목을 바싹 끌어안았습니다.

그러자 호랑이는 《아이쿠, 이젠 마지막이로구나!》 하며 반정신이 나가 펄펄 뛰다가 그만 천길벼랑에 굴러떨어지고말았습니다.
그러니 두 도적놈은 어떻게 되였겠습니까?
말을 훔치러 왔던 도적놈도 호랑이와 함께 떨어져 죽고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