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민화 《꺼꾸로 단 코》
일하기 싫으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가 봅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빼돌이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애가 한번은 이런 생각을 한적이 있었습니다.
(일하지 않고 살아갈수는 없을가?)
그러다가 드디여 빼돌이는 엄살을 부려 힘든 일을 모면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였습니다.
그래서
빼돌이는
정말 아픈것처럼 이불까지 뒤집어쓰고말입니다.
이불을 뒤집어쓰니 숨쉬기가 몹시 불편하였습니다.
《젠장 코구멍은 왜 눈밑에 달렸을가. 굴뚝처럼 우로 향했으면 숨쉬기가 쉬울텐데…》
그는 한참 투덜대다가 또 그럴듯한 생각을 해냈습니다.
소원을 풀어주는 할
마을막바지에는 소원을 풀어주는 할
빼돌이는 벌떡 일어나 그 할
《할
빼돌이는 다짜고짜로 그에게 졸라댔습니다.
《무슨 소원말이냐?》
《코구멍이 눈밑에 달려있어 숨쉬기가 어려워요. 굴뚝처럼 우로 향하게 해주세요.》
《허허, 이녀석 여느 사람들은 숨쉬기 좋다는데 너만 왜 불편하다고 그러니?》
소원을 풀어주는 할
《나는 여느 사람과는 달리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는 버릇이 있어서 그래요.》
《그렇다면 버릇을 고쳐야지 코구멍을 고쳐달아서야 되겠느냐?》
《아니예요, 내 버릇은 고치기 어려워요. 제발 소원을 풀어주세요.》
빼돌이는 지꿎게 달라붙어 강떼를 썼습니다.
《그렇게 하였다가 후회하지 않겠느냐?》
할
《후회를 하다니요. 고맙게 생각할텐데요 뭐.》
빼돌이가 너무나도 떼를 쓰자 할
할
《할
빼돌이는 기쁜 마음으로 집을 향해 되돌아섰습니다.
집에 돌아온 빼돌이는 다시 벌렁 드러누워 이불을 뒤집어썼습니다.
코구멍이 우로 향해지니 좋은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였습니다.
숨쉬기가 편리한것은 더 말할것도 없고 파리가 달려들어 얼굴을 간지럽힐 걱정도 없게 되였습니다.
뿐만아니라 이불밑은 어둑컴컴해서 잠자기도 좋았습니다.
(사람들은 참 생각이 짧다니까. 이렇게 좋은걸 모르거든.)
빼돌이는 괜히 우쭐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 가지 못하였습니다.
어느날 빼돌이는 웃마을로 마실을 가다가 갑자기 소낙비를 만났습니다.
대줄기처럼 억수로 퍼붓는 소낙비였습니다.
우산을 들고오지 못했던 빼돌이는 바빠맞았습니다.
주위를 둘러봐야 비를 그을만한 집도 없었습니다.
빼돌이의 몸으로는 비물이 좔좔 흘러내리고 숨이 꺽꺽 막히였습니다.
우로 향한 코구멍으로 비물이 흘러들어 숨구멍을 막았던것입니다.
《캑! 캑! 캑!》
빼돌이는 숨이 가빠 재채기를 했습니다.
아무리 재채기를 하여도 계속 흘러드는 비물을 막을수가 없었습니다.
바빠난 빼돌이는 나무잎을 뜯어 코구멍을 막았습니다.
그러나 나무잎은 올려놓기가 바쁘게 코바람에 날려가고말았습니다.
빼돌이는 할수없이 손으로 코구멍을 막고 입으로 숨을 쉬였습니다.
입을 하 벌렸더니 이번엔 그리로 비물이 줄줄 흘러들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빼돌이는 급해맞았습니다.
그는 한동안 허둥거리다가 또 그럴듯한 생각을 해냈습니다.
머리를 밑으로 숙이고 걸어보자는것이였습니다.
빼돌이는 머리를 낮게 숙이고 짐승처럼 벌렁벌렁 네발걸음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숨쉬기는 좀 쉬운듯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개를 숙이니 앞을 볼수가 없었습니다.
빼돌이는 밑을 내려다보면서 앞으로 엉금엉금 기여나갔습니다.
빼돌이는 나무그루에 부딪치기도 하고 시궁창에 빠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나니 온몸에 감탕이 게발려 사람인지 짐승인지 분간할수가 없게 되였습니다.
빼돌이는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그냥 엉금엉금 기였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앞에서 마주오는 사람과 딱 맞부딪치고말았습니다.
《이크!》
빼돌이는 그 자리에 벌렁 나자빠지면서 마주오던 사람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소원을 풀어주는 할
《흥, 짐승이 기여오나 했더니 너댔구나.》
할
빼돌이는 눈만 꺼벅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자기 소원대로 해달라고 졸라서 한노릇이니 무어라고 할 말이 있겠습니까.
《글쎄 이럴줄 알았다니까. 바로 살 생각을 하지 않고 허튼 생각만 하였으니 봉변을 당할수밖에…》
할
그러자 빼돌이의 코구멍으로는 다시 비물이 흘러들었습니다.
《할할… 할
빼돌이는 할
할
《다시는 코를 꺼꾸로 달겠다고 강떼를 안쓰겠지?》
《다시는 그러지 않겠어요. 이제부터라도 바로 살아가겠어요.》
빼돌이는 할
《그래그래, 바로 살 생각을 해야 참다운 사람이 되는 법이다.》
할
빼돌이는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