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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은반우에 울린 노래》(1)
2021년 창작

  밤은 깊어갔다.
  지흥이는 책상에 마주앉아 편지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정남아, 그동안 잘 있었니!
  너의 편지를 받아보았어. 너는 편지에서 1년전까지만 해도 얼음판우에서 제대로 서지도 못하던 내가 어떻게 고급한 기술을 요구하는 휘거경기에서 우승을 할수 있었는지 놀랍다고 했지? 솔직히 나도 놀랍기만 해. 하지만 먼저 말하고싶은것은 여기에는 타고난 재간이나 동화세계의 이야기처럼 그 어떤 신비한 힘이 작용한것은 하나도 없었다는것이야.》
  지흥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글줄을 이어나갔다.
  《정남아, 나는 이 이야기를 아마도 장진에 계시는 우리 할머니네 집에 놀러 갔을 때의 일부터 시작해야 할가봐. 바로 그때 난 그곳에서 너를 처음 만나 장진호반의 넓다란 얼음판에 아예 반해버리고말았었지. 아니, 네 말마따나 아예 넋을 잃어버렸던것인지도 몰라.》
  지흥이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피여올랐다.
  지흥이의 눈앞에는 잊지 못할 그때의 일들이 재미난 영화의 화면처럼 방불히 되새겨졌다.
  …
  지흥이가 할머니네 옆집에 사는 정남이라는 동갑내기를 따라 장진호반의 얼음판에 닿은것은 해가 중천에 뜬 한낮이였다.
  지흥이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점심무렵이여서 한적할줄 알았던 드넓은 얼음판우에 숱한 사람들이 붐비고있었던것이다.
  썰매와 외발기를 타는 아이들, 팽이치기, 제기차기, 연띄우기를 하는 아이들…
  그중에서 제일 볼만 한것은 넓은 얼음판우를 종횡무진하는 어른들의 모습이였다. 정남이의 말이 중앙과 지방의 체육단들에서 전문선수들이 와서 이동훈련을 하는것이라고 했다. 속도빙상훈련, 실전을 방불케 하는 호케이훈련경기, 거기에다가 우아한 몸자세와 기백있는 률동으로 갖가지 기교를 다 부리는 휘거선수들의 훈련모습은 지흥이의 눈뿌리를 빼고도 남았다. 지흥이는 겨울방학을 맞아 천메터도 넘는다는 바람세찬 황초령을 넘어 가파로운 산발과 천년수림으로 둘러싸인 한겨울의 장진호반을 찾아온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몰랐다.
  지흥이는 어느새 얼음판에 뛰여들어 몇바퀴 돌고난 정남이에게서 다짜고짜 스케트를 벗겨냈다. 처음에는 가끔 넘어지기도 했지만 워낙 운동감각이 남다른데다가 또 정남이의 열성적인 지도로 해서 해질무렵에는 어지간히 얼음판을 누빌수 있게끔 되였다.
  지흥이는 이젠 그만 돌아가자는 정남이의 권고는 아랑곳않다가 날이 기껏 어두워져서야 서분한 걸음을 옮기였다.
  그러나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지흥이의 스케트배우기열의는 조금도 식어지지 않았다. 식어지기는커녕 점점 더 활활 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