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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나래를 펼치라》(3)
2021년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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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스름이 깃드는 저녁이였다.
  방에 들어선 영찬이는 누나의 책상우를 살펴보았다. 누나의 콤퓨터가 책상우에 반듯이 놓여있었다.
  (누나가 아직 들어오지 않았구나.)
  똑똑똑… 부엌에서 어머니가 밥을 짓느라 칼도마질하는 소리가 들렸다. 언덕이마밑에서 방울눈이 깜박거렸다.
  영찬이는 부엌쪽을 힐끔 살피고나서 도적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누나의 책상앞에 다가갔다. 콤퓨터에 손을 뻗치는 순간 가슴이 활랑거렸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콤퓨터의 기동단추를 눌렀다.
  순간 두눈이 방울처럼 둥그래졌다.
  (엉? 이게 어떻게 된거야?)
  화면에 암호창이 나오는것이 아닌가.
  (열쇠를 채워놓았구나.)
  저도 모르게 한숨이 새여나왔다.
  영찬이는 자기 책상에 마주앉아 창가에 불빛들이 환한 맞은켠 아빠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여직껏 자기와 함께 방에 있으면서 콤퓨터에 열쇠를 채워본적이 없는 누나였다.
  (이젠 누나가 날 믿지 않누나.)
  이렇게 생각하니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자기보다 열살이나 우인 누나는 영찬이를 무척 고와했다. 사실 영찬이는 소문난 장난꾸러기였다. 소학교때 그는 까치둥지를 보겠다고 나무에 올라갔다가 떨어질번 한적이 있었다. 언젠가는 자전거경기오락을 보고는 인성이를 꼬드겨 교외까지 자전거를 타고나갔다가 홈타기에 굴러떨어져 다리를 상한적도 있었다. 이런 영찬이가 숙제를 하기 힘들어할 때면 함께 문제풀이를 하며 새운 밤이 얼마인지 모른다. 올해 중학교(당시) 1학년생이 되였을 때에는 아버지, 어머니가 내준 자기 방을 함께 학습방으로 쓰게 한것도 누나였다. 저녁이면 누나는 영찬이에게 프로그람작성기초지식을 배워주고 콤퓨터도 함께 해보군 했다. 그런데 요즘은 영찬이가 사진가공프로그람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거나 오락을 하는 때가 잦아지군 했다.
  《영찬아, 오락은 그저 장난과 심심풀이로 끝나는거야. 그 시간이면 프로그람학습이나 더 해.》
  누나가 핀잔을 주었지만 비둘기생각은 콩밭에 가있다고 영찬이의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누나의 콤퓨터에 손을 대여 끝내 일을 친것이였다.
  언제 왔는지 누나가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소리가 들렸다.
  영찬이는 책상우에 책을 펴놓고 읽는척 했다.
  《공부하댔니? 오늘은 별로 얌전해보이누나.》
  누나가 롱을 섞어 웃으며 말했다.
  《쳇, 누난 내가 뭐 아무때나 장난꾸러기로 보이나?》
  영찬이는 뿔난척 입을 삐죽했다. 그 모양이 우스웠던지 누나가 그의 코등을 살짝 건드렸다. 영찬이는 곁눈질로 누나의 거동을 살폈다. 책상에 앉은 누나는 웬일인지 접어놓은 콤퓨터를 펼념은 않고 찬찬히 살펴보기만 했다. 그러더니 마치 시한탄이라도 만지듯 한뽐가량 조심히 펼치고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누나가 왜 그럴가? 혹시 내가 펼쳤던걸 눈치챈게 아니야? 아니, 보지도 못했는데 그럴수 없어.)
  그런데 누나가 머리를 들더니 어이없는 눈길로 영찬이를 빤히 쳐다보는것이 아닌가.  누나의 눈길과 마주치는 순간 그는 당황해났다.
  《누나, 왜… 그렇게 보나? 난 콤퓨터… 절대로… 다치지 않았어.》
  누나가 어처구니가 없는지 호호 웃어댔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제발이 저린게로구나. 넌 아무리 봐야 장난꾸러기 그 버릇은 고치지 못하겠어. 네가 마음이 놓이지 않아 까만 실오리를 콤퓨터에 끼워놓았댔는데 그게 왜 보이지 않니?》
  (아이쿠!)
  영찬이는 까투리처럼 머리를 어깨사이에 쿡 틀어박았다. 외국추리소설에 나오는 추리소설가의 이름이 제꺽 생각났다.
  (야! 우리 누나 샬로크 홈스 찜쪄먹겠구나.)
  누나가 놓은 덫인줄 모르고 뛰여든 자기가 어리석기 그지없었다.
  이제는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누나가 자기 말을 곧이듣지 않을것이다. 영찬이는 어릴적에 어리광을 부리듯 누나에게 칭얼거렸다.
  《누나 콤퓨터에 있는 립체률동영화들을 좀 보여줘. 난 그 내용들을 이야기해주겠다구 애들과 약속했어.》
  하지만 누나는 딱 잘라맸다.
  《그만해, 누난 네가 앞으로 커서 프로그람작성에서 1번수가 되기를 바랬어. 그런데 누나의 기대를 저버리고 오락에 정신을 파니 실망하게 되는구나. 아직 프로그람작성기초공부도 할것이 많은데 지금은 립체률동영화에 신경쓰지 말고 프로그람공부에 집중해.》
  공부에서는 엄격한 선생님 못지 않게 양보를 모르는 누나라는것을 영찬이는 잘 알고있었다.
  (이젠 할수 없구나.)
  이때 전실에서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방에서 나와 송수화기를 드니 인성이의 목소리가 튀여나왔다.
  《어떻게 됐니?》
  아무래도 걱정이 되였던 모양이다. 영찬이는 누나가 있는 방을 힐끔 돌아보고나서 손바닥으로 송화기를 가리웠다. 그리고는 속삭이듯 말했다.
  《안되겠어, 실패했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수화기소리만 웅웅거렸다. 잠시 끊어졌던 인성이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까짓거, 너무 걱정말아. 참, 우리 큰할아버지한테 부탁하면 어떨가? 립체률동영화관을 구경시켜달라고 말이야. 우리 큰할아버지가 거기 건설장을 맡아 일을 보시거던.》
  영찬이는 귀가 번쩍 열리였다. 그렇지 않아도 립체률동영화관을 한번 구경하고싶은 생각이 굴뚝처럼 솟구쳐올랐던 그였다.
  《그게 정말이야? 그럼 더 좋지 뭐.》
  《좋아, 래일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