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작품들을 감상해보십시오 - 서고
단편소설 《3년, 30년》(15)
2024년 창작

  《선생님, 중학교에 가서도 수학문제를 풀 시간이 있으면 기량훈련을 더 하겠다며 마치도 자신을 타고난 음악가처럼 여겨온 저는 대학에 못가게 되자 더 다른 희망에 대하여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아버지원수님께 무슨 대답을 드릴수 있겠습니까. 그이께서는 이윽토록 대답을 못드리고 입술만 깨물고있는 저에게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혹시 동무는 지금 선생님들을 탓하는게 아니요?>
  저의 속생각을 다 헤아려보시는듯한 그이의 말씀에 저는 황급히 <아닙니다. 선생님들은 모두 좋은분들이였습니다.>라고 대답올렸습니다.
  아버지원수님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그래, 선생님들은 정말 헐치 않은 일을 하는분들이다, 자기를 깡그리 바치고도 늘 부족함을 느끼는것이 바로 그분들의 일이다, 왜냐면 교육자의 능력과 헌신에 대한 진짜평가는 당대가 아니라 멀리에서 다가오는 그 미래가 하는것이기때문이라고 나직이 말씀하시는것이였습니다. 저는 고개를 들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원수님께서는 동행한 지휘관동지들을 돌아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동무들, 여기에 와서도 절실히 느끼는것이지만 지금 우리가 구상하고 실천하려는 교육강국건설은 무엇보다 그 뿌리를 튼튼히 하는데로 지향되여야 할것입니다.
  고등교육을 세계적수준에로 끌어올리는것도 물론 좋지만 보다는 기초교육 특히 소학교와 유치원의 교육교양에서부터 질적인 변화를 가져와야 합니다. 첫 단추를 잘못 채우면 마지막단추도 바로 채울수 없는것과 리치는 같습니다. 그 첫 단추를 누가 채워주는가?>
  아버지원수님께서는 다시 저에게로 돌아서시였습니다.
  어느새 눈물에 젖어든 저의 얼굴을 다정히 바라보시며 그이께서는 말씀하시였습니다.
  <나는 이 동무의 선생님에게 그 책임을 묻고싶지는 않습니다. 들어보면 지향도 뚜렷하고 정열도 있는 교육자였지만 아쉽게도 자질과 능력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교원의 자질이자 교육의 질이며 교육혁명은 곧 교원혁명이라고 말합니다.>
  이어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저의 등을 가볍게 다독이시며 이르시였습니다.
  <오늘은 내게 대답을 못했지만 일없어. 우리 함께 그 답을 찾아보자구.
  나는 동무가 조국을 위해, 조국의 미래를 위해 보다 큰일을 찾아하는 그런 사람이 꼭 되리라고 믿소.>
  선생님, 저는 그날 잃었던 희망을 찾았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의 그 믿음어린 안광에서 저는 내가 무엇을 할수 있으며 또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똑똑히 깨달았습니다.
  저는 병사시절을 마치면 선생님처럼 교원이 되렵니다. 남보다 열배, 백배 노력하여 꼭 훌륭한 교원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떠나가신 그 교단을 제가 지켜가렵니다.》
  나의 손에서 편지들이 빠져나갔다.
  인생의 보람은 결코 자기 대에 쌓아올린 창조물이나 얻은 명예로만 계산되는것이 아니다.
  조국, 미래… 이런 크고 숭고한 단어들이 설미의 소박한 희망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것인가. 그에 비해볼 때 내가 꿈꿔온 리상과 지향은 마치도 철부지소년의 공상처럼 느껴졌다.
  탁자우에 떨어진 편지를 집어든 나는 다시 책갈피에 끼워넣으려다가 손을 멈추었다.
  매 페지마다 알지 못할 이름과 간단한 경력같은것이 적혀있었다.
  어떤것은 구체적으로, 어떤것은 간단히 씌여진 그것이 다름아닌 어머니가 담임했던 학생들의 과거와 현재라는것을 나는 어렵지 않게 알수 있었다.
  《김성찬: 건축대학 입학. 우등의 성적으로 졸업. 최우등의 기준에 이르지 못한 과목은 응용수학, 건설력학…
  현재 설계총국 건축설계연구소 연구사. 려명거리설계에 참가.
  사업에서 열성은 높으나 아직 실적은 높지 못하다. 립체적인 사고능력이 부족. 공간에 대한 처리와 활용에서 도식적이다. 극복방도?…》
  《림철: 현재 군사복무중. 표창편지가 2차에 걸쳐 왔다. 더 알아볼것.》
  《황련희: 현재 <내고향>팀 축구선수. 공격수로서 순간속도가 빠르고 공처리능력이 민활하다고 감독이 만족, 팀의 유일한 손풍금수이다. 두주일전에 같은 호실의 동무들과 다투었다고 한다.
  감독의 말에 의하면 그가 가지고있던 노래수첩의 글씨가 한심하다고 동무들이 놀려주는 바람에 언쟁이 벌어졌다는것이다.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다.…》
  나는 더 읽지 못하고 학습장을 덮었다. 가슴이 얼얼해왔다.
  종이우에 씌여진것은 오래전에 슬하를 떠나간 제자들의 행적이기 전에 그뒤를 가슴조이며 따라서는 옛 스승의 발자취였다.
  교단에서 물러난것으로 교육자의 량심만은 지켜냈다고 생각했던 어머니는 설미의 편지에서 큰 충격을 받았을것이다.
  그리고 많은 생각끝에 이렇듯 제자들의 성장에 알게 모르게 묻어다닐 자기 과오의 티검불을 찾아 속죄의 먼길을 떠났으리라.
  아 -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