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작품들을 감상해보십시오 - 서고
단편소설 《보배동이》 (5)
2021년 창작

  진철이는 자기가 말한것을 곧이곧대로 이야기하는 아버지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어쨌든 다행입니다. 진철이를 못 찾았으면 어쩔번 했습니까. 그리고 또 진철이가 병원에 나타나면 어머니가 마음놓고 수술을 할수 없었을것입니다.》
  아무말없이 잠자코 있던 진철이가 제 아버지의 팔을 슬그머니 잡아당겼다.
  《아버지, 이제부턴 나 여기서 사나요?》
  《음, 엄마가 수술을 받고 퇴원할 때까지 여기서 살아야 한다.》
  진철이의 입술이 꾹 다물리고 고개가 흔들거렸다. 곁따라 오동통한 몸까지 같이 떨었다. 인상이 데친 시래기처럼 후줄근해졌다. 이제부터 또 《오또기》가 되여야 한다고 생각하니 한바탕 울고싶어진 모양이였다.
  《우리 진철이 예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구나. 자, 오늘은 나와 함께 있자. 좋지?》
  원수님께서 그의 어깨를 다정히 감싸안으며 말씀하시자 진철이의 눈이 반짝 빛을 뿌리기 시작했다. 무뚝뚝한 아버지와 함께 있는것보다는 훨씬 낫고 또 마음이 끌리는 모양이였다.
  그는 아버지가 자기를 데리고있겠다고 할가봐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아닐세라 아버지는 …
  《대장동지, 진철이는 제가 데리고있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바쁘신데 어떻게 애를 데리고…》
  진철이 아버지의 말대로 원수님께서는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시였다.
  인민군대의 싸움법을 현대전의 요구에 맞게 발전시키기 위하여 새로운 작전방안들을 제시하시고 그를 위한 작전지도를 만드시느라 바쁘신 원수님이시였다.
  하나의 점과 선, 부호들을 지도에 찍으시기 위해 옹근 하루를 사색으로 보내실 때도 있었고 지도에 점으로 표시되여있는 지형도의 정확성을 확인하시기 위해 수백리길을 갔다오기도 하시였다.
  《일없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아이들을 위한 시간이야 못 내겠습니까. 우리가 새로운 전법을 연구하며 작전지도를 밤새워 만드는것이 무엇때문이겠습니까. 바로 이애들때문이 아닙니까. 내 걱정은 말고 맡은 과업에 대하여 깊이 연구해보시오. 내 일전에도 말했지만 그것은 작전방안의 혁신에서 아주 중요한 열쇠입니다.》
  원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며 진철이의 손을 잡고 침실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진철이는 문이 열린 옆방으로 가면서 아버지를 뒤돌아보았다. 눈을 끔뻑 감아보이는 아버지를 보며 그는 방긋 웃었다.
  그는 지금 자기가 받아안는 원수님의 그 사랑, 이제 더 받아안을 원수님의 그 따뜻한 정이 얼마나 큰 행복으로 되는가를 다 알지 못하고 종종걸음을 옮겼다.
 
2

  다음날 아침 경애하는 원수님과 함께 식사실에 들어가 식탁을 마주하던 진철의 눈은 휘둥그래졌다.
  앞에 먹음직스러운 닭알볶음밥이 놓여있었던것이다.
  아침에 깨여나 뭘 먹고싶은가고 물으시는 원수님께 닭알밥이라고 한마디 했는데 이렇게 눈앞에 나타났던것이다.
  《우리 진철이가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누만.》
  원수님께서는 식탁에 모여앉은 군관들을 둘러보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애가 참 령리합니다. 하루밤사이에 벌써 정이 들었습니다. 참, 진철이가 날 보고 대장선생님이라고 부르는데 엊저녁 그 부름을 놓고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1982년도에 김승길작가가 지은 노래 지도자선생님 고맙습니다에도 있듯이 우리 아이들은 장군님을 지도자선생님이라고 불렀습니다.
  선생님! 얼마나 소중한 부름입니까. 진철이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으니 내가 이거 선생님노릇을 잘해야하겠구나 하고 속다짐도 했습니다. 말하자면 진철이가 나의 첫 제자인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