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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저 하늘의 별》 (12)
  2019년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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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가 시작되였다. 하지만 전남혁은 여전히 지나간 해에 살고있는듯한 느낌이였다. 오늘도 그는 남신기계공장에 보름나마 나가있다가 오래간만에 집에 돌아왔다. 그를 맞이한 안해가 그의 앞에 말없이 여러장의 속사지를 내밀었다. 딸애가 그린 그림이였다. 그것은 하나같이 무궤도전차운전을 하는 청년의 모습을 그린것이였다. 모두가 즐겁고 희열에 넘친 모습들이다. 전남혁은 무심하게 한번 스쳐보고는 외면해버렸다. 심상하게 말했다.
  《좋구만 뭐!》
  안해의 얼굴에 나무라운 빛이 흘러갔다.
  《당신이 아버지가 옳아요?》
  《왜 그러오?》
  《연옥이와 그 운전사청년이 서로 헤여졌어요.》
  그쯤해서는 전남혁도 흠칫 놀라 안해를 바라보고 딸애의 그림을 바라보았다.
  《왜 헤여졌다오?》
  《당신때문이지 뭐예요. 청년이 몰던 무궤도전차가 고장이 나서 섰으면 전차가 낡아서 그런걸 어찌겠느냐구, 너무 속쓰지 말라구 한마디 해주고 내리면 못쓴대요? 그저 삑 돌아서서 내려 내처 걸어오고말았으니 그 청년이 오죽했겠어요?》
  《그러니 그때문에?》
  안해는 말없이 전남혁의 얼굴을 외면했다. 당황한 느낌으로 딸애의 그림을 다시금 내려다보았다. 결국 이 그림은 현실이 아니라 딸애의 추억이고 소원이다. 한없이 아픈 현실을 피해 딸애는 자기의 추억과 소원속으로 깊이 들어가버린것이다. 자기에 대한 말없는 원망처럼 여겨지는 그 그림을 들여다보며 전남혁은 어쩔줄을 모르고 서있었다.
  언제나 그러했던것처럼 안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연옥이가 가슴아파한다면 당신이 나서야지 어쩌겠소?》
  하지만 그의 눈길앞에 안해는 하소연하는듯 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런데 그 청년이 절대로 연옥이를 만나려 하지 않는대요. 찾아가도 로골적으로 막 피한대요. 그 청년의 자존심이 보통이 아닌것 같아요.》
  안해는 무엇을 시인 못하는 사람처럼 힘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기가 몰던 무궤도전차가 멎어섰던 바로 그밤으로부터 그 운전사청년은 스스로 운전사를 그만두고 수리공으로 되였다고 한다. 자기가 무궤도전차수리를 막히는것 없이 해낼수 있을 때까지 그리고 그밤에 무궤도전차를 멎어서게 했던 수입에 의존하는 부속품을 자체의 힘으로 만들수 있을 때까지 운전사를 하지 않겠다고 제기했던것이였다. 그리고 그밤으로부터 딸애를 다시는 만나주지 않는다고 한다. 안해가 들려준 하나의 아픈 장면이 전남혁의 눈앞에 얼른거렸다.
  무궤도전차정류소에 서서 버릇처럼 손전화기로 신호를 보내는 처녀, 하지만 그 대답이던 무궤도전차의 경적소리는 울려오지 않는다. 아무리 신호를 보내도 대답은 없다. 김진학이 몰던 무궤도전차에 앉아있는 무심하고 뚝뚝한 낯모를 운전사의 얼굴, 처녀는 입술을 꼭 깨물고 그 모습을 외면한다.
  어느날 고개를 숙이고 걷고있는 딸애의 옆을 지나며 무엇때문이였던지 무궤도전차가 경적소리를 울렸다. 한순간 처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굳어진다. 애오라지 운전칸을 살피는 애절한 눈길. 그러나 분명 운전칸에는 다른 얼굴이 앉아있다. 모지름쓰며 그 모습을 외면하는 처녀. 그러면서도 화들화들 떨리는 손은 버릇처럼 그냥 손전화기의 신호구역을 누른다. 그 순간 무궤도전차사업소 수리직장에서 수입에 의존하던 부속품을 자체의 힘으로 만들기 위한 문제를 토론하던 수리공 김진학이 손전화기를 꺼버리고 눈물을 짓고있다. 눈물에 젖은 두눈이 딴 사람처럼 무섭게 번득거리는 그를 사람들은 놀랍고 의아해서 처음 보듯이 바라보고있다. 거리에서는 처녀가 사람들이 여겨보는줄도 모르고 그냥 울며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