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작품들을 감상해보십시오 - 서고
조선민화 《바위형제》
  옛날 어떤 고장에 바위형제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샘터에 고여있는 맑은 물을 마시면서 하루가 다르게 쑥쑥 키를 솟구었습니다. 그 고장 뒤산에는 옥황상제의 령을 받고 하늘에서 내려온 수닭이 있었는데 그는 형제바위에게 이런 례절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샘물을 마실 때면 꼭 나이 먹은 차례로 바가지를 들어야 하느니라.》
  그래서 그들은 끼니때가 되면 형바위가 먼저 샘물을 마시고 나중에 동생바위가 마시군 하였습니다.
  동생바위는 이렇게 하는걸 늘 못마땅하게 생각하였습니다.
  (내가 나중에 마시니까 내 키가 형보다 작지 뭐야.) 하고 생각한 동생바위는 형바위를 보고 지꿎게 졸라대였습니다.
  《형, 오늘부터 내가 먼저 샘물을 마시자요. 그래야 나도 형처럼 키가 클게 아니나요.》



  형바위는 이러는 동생바위를 몹시 측은하게 생각하였습니다.
  《좋아, 그럼 오늘부터 네가 먼저 샘물을 마셔라.》
  마음이 너그러운 형바위는 제가 마시려고 들었던 바가지를 동생에게 넘겨주었습니다.
  형한테서 바가지를 넘겨받은 동생바위는 그날부터 제가 먼저 샘물을 들이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욕심이 많고 승벽이 심해서 형이 마셔야 할 샘물까지 다 마셔버렸습니다.
  할수없이 형바위는 동생이 남겨놓은 얼마 되지 않는 물로 끼니를 굼때는수밖에 없었습니다. 형바위는 늘 먹는것이 냠냠해서 시장하게 지내였습니다. 그러나 동생바위를 생각해서 언제 한번 그런 티를 얼굴에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형이 마셔야 할 샘물까지 제가 다 마셔버린 동생바위는 몰라보게 쑥쑥 키가 자라 어느덧 형바위와 어깨를 겨루게 되였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바가지를 형한테 먼저 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형보다 더 키가 클 야심으로 샘터에 고인 물을 제가 몽땅 마셔버리군 하였습니다.
  욕심사납게 물을 독차지한 동생바위는 점점 키가 자라 이젠 형바위를 굽어보게 되였습니다.
  동생바위는 아주 우쭐해졌습니다. 그는 형바위를 넌지시 굽어보며 말을 걸었습니다.
  《얘야, 오늘부터 내가 형이다. 그러니까 나를 보고 형이라고 불러야 해.》
  《아니, 뭐라구? 남들이 이 일을 안다면 우리 형제를 어떻게 생각하겠니? 제발 그런 창피한 소리는 하지도 말어.》
  형바위는 하도 어이가 없어 그를 타일러줬습니다.
  《흥, 키가 큰게 형이지 뭐야. 넌 오늘부터 내 동생이야.》
  동생바위는 이러면서 형바위를 얕보고 으시대였습니다.
  《세상에 동생이 형이 되는 그런 망측한 일이 어데 있담.》
  마을사람들은 그 소식을 전해듣고 기가 막혀 혀를 끌끌 찼습니다.
  《정말 자기를 키워준 의리도 모르는 녀석이지.》
  그 소식은 하늘에서 내려온 옥황상제의 사신인 수닭의 귀에까지 전하여졌습니다. 하늘닭은 이 사실을 곧 옥황상제에게 아뢰였습니다.
  옥황상제는 이 사실을 듣고 몹시 노하였습니다.
 《자기를 키워준 의리도 모르는 천하에 고약한 놈이로다. 당장 그 배은망덕한 동생바위의 허리를 분질러놓도록 하여라.》
  격노한 옥황상제는 번개장수를 불러놓고 령을 내리였습니다.
  《꽝 꽈르릉 꽝!》
  옥황상제의 령을 받은 번개장수는 하늘이 떠나갈듯이 우뢰소리를 울리면서 불칼을 휘둘러 거만한 동생바위의 허리를 후려갈겼습니다.
  그바람에 제가 형이라고 으시대던 동생바위는 대번에 허리가 뚝 부러져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때부터 허리부러진 동생바위는 형바위를 우러러보면서 다시는 자기가 형이라는 말을 감히 입밖에 번지지 못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