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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끝나지 않은 항로》 (8)
주체108(2019)년 출판

  바로 며칠전에 항로개설을 위한 시험비행이 있었다.
  그러나 비행기는 때아닌 세찬 기류에 부딪쳐 도중에 임무를 포기하고 다른 비행장에 내려앉지 않으면 안되였다. 시험비행결과가 보여주는것처럼 아직 일부 고산지대의 북부항로를 정상운영하자면 기류상태를 비롯하여 해결해야 할 난문제들이 적지 않다는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또 모험을 하다니… 아니, 결코 책임이 두려워서가 아니였다.
  가장 안전한 비행, 이것은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우리 비행사들에게 주신 임무이다. 그것을 과학적으로 완전무결하게 담보하기 전에는 다시 모험할 권리가 누구에게도 없다.
  얼굴이 붉게 상기된 강규성이 답답해난듯 헤덤비며 정복의 목단추 두개를 풀었다.
  《이건 결코 만용이 아니요. 동무도 잘 알지 않소.》
  림광호는 대답이 없었다. 아니, 아예 침묵해버리고말자고 결심한것인지도 모른다. 고집스레 입을 꾹 다물고 외딴 곳을 응시하는 림광호의 태도에 강규성은 마침내 참을성을 잃어버리고 화를 벌컥 내였다.
  《경애하는 원수님께 근심을 끼쳐드리지 않는다고 하면서 <가장 안전한 비행항로>만 운운하며 앉아뭉개는건 솔직히 자리지킴이나 하려는 보신행위요. 그런 행위야말로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그어주신 정기항로를 리탈한 진짜 불시착륙이 아니겠는가? 난 누가 뭐라고 하든 새로운 항로개척을 내밀테요.》
  강규성은 성급히 옷주머니를 뒤져 가슴속에 소중히 품고다니던 붉은 수첩을 꺼내들었다.
  《이 연필화를 좀 보오.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직접 그리신 그림이요.
  그이께선 하늘을 그린 이 그림을 나에게 주시면서 자신께선 하늘을 우리에게 맡기시겠다고 하셨소. 인민이 나는 하늘을, 인민이 맘껏 웃는 하늘을 말이요. 지금도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저 하늘을 지켜보고 계시오.
  그래도 우리가 물러서야 하겠는가?》
  수첩의 그림을 들여다보며 한동안 눈깃이 벌깃해 앉아있던 림광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시험비행사로 누굴 선정하면 좋겠소?》
  《생각해둔 사람이 한명 있소. 최우수비행사로서 지난 기간 수많은 국내외비행을 성과적으로 보장한 경험도 있고 기술도 높은 비행사요.》
  《누구요?》
  《나요.》
  이 사람이 제정신인가?! 림광호의 아연한 눈길이 총국장의 부리부리한 눈길과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꼿꼿하던 림광호의 눈빛이 끝내는 경련을 만난듯 파들거리더니 차츰 꺼져들기 시작했다.
  강규성의 대답이 결코 롱담이거나 그 어떤 객기에서 흘러나온것이 아님을 깨닫는 순간 가슴이 섬찍해졌다.
  《그럼… 같이 타기요.》
  림광호는 목이 타는듯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나서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강규성은 껄껄 웃고나서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허허, 항공총국 당일군이란 사람이 아직 비행규정도 잘 모르는군. 시험비행엔 비행성원외 그 누구도 태울수 없단 말이요.》
  《그럼 난 당조직책임자로서 총국장동지의 리륙을 승인할수 없습니다.》
  《이건 직권람용이요.》
  《아무렇게나 생각하십시오.》
  요지부동이였다. 숨가쁜 침묵이 흘렀다.
  강규성은 말없이 사무책상우에 놓인 림광호의 손등에 자기의 달아오른 손바닥을 덧놓고 으스러지게 그러쥐였다.
  그리고는 나직이 말했다.
  《비행지휘소에… 있어주오. 힘이 되게.》
  림광호는 그러는 강규성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끝내 물기어린 눈을 내리깔며 고개를 끄덕이였다.…